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다 보면 같은 원두를 사용했는데도 날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원두의 양과 분쇄도를 비슷하게 맞췄는데 어떤 날은 향이 선명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반면, 어떤 날은 신맛이 먼저 느껴지거나 쓴맛이 강하게 남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 확인해볼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커피 물 온도입니다.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의 온도는 원두에 있는 여러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는 과정에 영향을 줍니다. 온도가 달라지면 추출되는 속도와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원두라도 맛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뜨거운 물이 좋거나 낮은 온도의 물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분쇄도, 추출시간, 사용하는 도구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커피 물 온도가 추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온도를 바꿨을 때 맛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핸드드립에서는 물 온도를 어떻게 조절하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물 온도가 중요한 이유
커피 추출은 물이 볶은 원두와 접촉하면서 원두 속 여러 성분을 녹여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물의 온도는 추출 속도에 영향을 주는 조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추출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온도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두의 양과 분쇄도를 똑같이 사용하더라도 물 온도가 달라지면 한 잔의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핸드드립처럼 추출 조건을 직접 조절하는 방식에서는 물 온도의 변화가 맛을 비교해보기 좋은 요소가 됩니다.
다만 온도만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같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더라도 원두의 로스팅 정도나 분쇄도, 물을 붓는 방식과 추출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커피 물 온도는 맛을 결정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숫자라기보다 추출 조건을 조절하는 변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 온도가 높아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커피 성분의 추출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적절한 조건에서는 원두가 가진 향과 맛을 충분히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반대로 다른 추출 조건까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온도만 지나치게 높이면 원하는 결과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두가 진하게 볶여 있거나 이미 추출이 빠르게 진행되는 조건이라면 커피가 무겁거나 쓴 느낌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무조건 커피가 쓰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쓴맛이 강해졌다면 물 온도 외에도 분쇄도, 추출시간, 물의 양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원두를 사용했는데 갑자기 맛이 진해졌다면 온도만 바꾸기보다는 다른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 온도가 낮아지면 어떻게 달라질까?
반대로 물의 온도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추출 속도가 느려집니다.
이 때문에 같은 추출시간과 조건을 적용했을 때 원두에서 충분한 성분이 추출되지 않아 맛이 약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추출하는 방식에서는 물 온도와 추출시간의 관계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에서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해서 반드시 원두 자체의 산미가 강한 것은 아닙니다.
추출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산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두의 품종이나 산지,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 원래 가지고 있는 산미의 특징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커피가 시게 느껴질 때는 물 온도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원두 자체의 특징과 추출 조건을 나누어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핸드드립 물 온도는 몇 도가 적당할까?
핸드드립을 처음 시작한다면 특정 온도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외우기보다는 비교적 일정한 온도에서 시작한 뒤 원두에 맞춰 조절하는 방법이 편합니다.
일반적인 핸드드립에서는 90℃ 전후의 물을 시작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원두에 적용되는 정답은 아닙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분쇄도, 추출 레시피에 따라 적절한 조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밝게 볶은 원두에서 추출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기존보다 조금 높은 온도를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하게 볶은 원두에서 맛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쓴 느낌이 강하다면 온도를 조금 낮춰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큰 폭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조건에서 온도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맛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온도를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
커피 원두는 얼마나 볶았는지에 따라서 추출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밝게 볶은 원두는 추출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 충분한 추출을 위해 비교적 높은 온도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진하게 볶은 원두는 상대적으로 추출이 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온도부터 조건을 잡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단순한 공식으로 외우기보다는 실제 추출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라이트 로스팅 원두라고 해도 원두의 종류와 가공 방식, 분쇄도, 추출 도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로스팅 정도는 물 온도를 결정하는 출발점이고, 최종적으로는 추출한 커피의 맛을 확인하면서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커피 물 온도와 분쇄도는 함께 봐야 합니다
커피 추출에서 물 온도와 분쇄도는 서로 따로 움직이는 조건이 아닙니다.
분쇄도가 가늘어지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커지고 추출에 영향을 주는 조건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굵게 분쇄하면 물이 원두 입자 사이를 통과하는 방식과 접촉 조건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커피 맛이 평소와 달라졌을 때 물 온도만 계속 바꾸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커피가 강하고 무겁게 느껴진다면 최근에 분쇄도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추출시간이 길어지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맛이 지나치게 약하고 신맛이 두드러진다면 분쇄도와 추출시간, 물 온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를 조절할 때는 원두 → 분쇄도 → 물 온도 → 추출시간처럼 여러 조건을 기록해두면 변화를 찾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물 온도를 바꿔볼 때는 한 가지 조건만 바꿔보세요
커피 맛을 비교할 때 가장 아쉬운 경우는 여러 조건을 동시에 바꾸는 것입니다.
원두의 양도 바꾸고, 분쇄도도 바꾸고, 물의 양과 온도까지 바꾸면 어떤 조건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물 온도의 영향을 알고 싶다면 다른 조건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원두와 같은 분쇄도, 비슷한 물의 양과 추출방식을 유지하면서 물 온도만 조금씩 달리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온도 변화에 따라 향이나 맛의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기가 쉬워집니다.
굳이 여러 잔을 한꺼번에 복잡하게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온도에서 먼저 추출한 뒤 다음번에는 온도를 조금 조절하고 결과를 메모하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온도계를 사용하면 좋은 이유
집에서 핸드드립을 자주 한다면 온도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을 끓인 뒤 눈대중으로 식힌 정도를 판단하면 매번 실제 온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같은 원두의 추출 조건을 비교하고 싶을 때는 물 온도를 숫자로 기록해두면 다음번 추출 때 참고하기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원두 이름과 함께 분쇄도, 물 온도, 물의 양, 추출시간을 간단히 적어두는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핸드드립 도구를 사용하면서 커피 맛의 변화가 궁금해졌을 때 온도계를 추가해도 충분합니다.
온도를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추출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을 끓인 뒤 기다리는 시간은 정해져 있을까?
물을 끓인 뒤 몇 분을 기다리면 정확히 특정 온도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전자의 종류와 물의 양, 사용하는 용기, 주변 온도 등에 따라서 물이 식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을 끓인 뒤 다른 용기에 옮겼는지에 따라서도 온도 변화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을 끓인 뒤 몇 분 기다리기’라는 방법은 대략적인 기준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매번 같은 온도를 보장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추출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온도계나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전기포트를 활용하는 것이 더 편리합니다.
커피 맛이 달라졌다면 물 온도부터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평소와 다른 커피가 나왔을 때는 다음 순서로 하나씩 확인해보면 좋습니다.
먼저 원두가 같은 제품인지 확인합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보관 상태나 개봉 시점이 달라졌다면 향과 맛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분쇄도와 원두의 양을 확인합니다.
분쇄도가 평소와 달라졌다면 물 온도를 바꾸기 전에 이 부분부터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물 온도와 물의 양, 추출시간을 비교해봅니다.
특히 오늘 사용한 물이 평소보다 뜨거웠거나 추출시간이 길어졌다면 두 조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확인하면 ‘오늘 커피가 이상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 달라졌는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원두 / 분쇄도 / 물 온도 / 물의 양 / 추출시간 / 맛의 느낌
이 정도만 적어도 다음 추출에서 조건을 조절하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커피 물 온도를 조절할 때 기억할 점
커피 물 온도는 추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온도 하나만으로 맛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분쇄도, 물의 양, 추출시간, 추출방법 등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원두는 무조건 몇 도’라는 숫자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일정한 조건에서 시작해 조금씩 조절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같은 원두를 반복해서 내려 마신다면 물 온도만 바꿔보는 간단한 비교도 꽤 도움이 됩니다.
향이 잘 느껴지는지, 맛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신맛이나 쓴맛이 지나치게 두드러지지는 않는지를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조건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커피 추출은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보다 변화한 조건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원하는 맛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마무리
커피 물 온도는 원두의 성분이 추출되는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같은 원두라도 맛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 추출이 빨라지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낮아지면 추출이 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온도가 무조건 쓰게 만들거나 낮은 온도가 항상 시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분쇄도, 추출시간과 물의 양까지 함께 봐야 실제 맛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핸드드립을 처음 시작한다면 90℃ 전후를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고, 사용하는 원두에 따라 조금씩 조절해보는 방법이 좋습니다.
특히 맛이 달라졌을 때 원두부터 바꾸기보다는 분쇄도와 물 온도, 추출시간 중 어떤 조건이 달라졌는지 하나씩 확인해보세요.
작은 온도 차이를 직접 비교해보면 같은 원두에서도 추출 조건에 따라 맛의 인상이 달라지는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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