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컵 위에 얇은 갈색 거품층이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에스프레소를 접했을 때는 커피를 따뜻하게 내리면서 생기는 단순한 거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거품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크레마(Crema)입니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표면에 형성되는 미세한 거품층으로, 커피 원두에 들어 있던 가스와 추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성분이 물과 만나면서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왜 일반적인 드립 커피에서는 이런 두꺼운 거품층을 보기 어렵고 에스프레소에서 특히 잘 나타날까요?
이번 글에서는 커피 크레마가 무엇인지부터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이 만들어지는 원리, 크레마의 색과 형태를 볼 때 알아두면 좋은 점까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크레마는 정확히 무엇일까?
크레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했을 때 커피 표면에 만들어지는 얇은 거품층을 말합니다.
보통 밝은 갈색에서 짙은 갈색 사이의 색을 띠며,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기포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커피 거품과 다른 점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원두를 볶으면 내부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원두 안에 일정 부분 남게 됩니다. 이후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높은 압력의 물이 분쇄된 원두를 통과하면서 원두 속에 있던 가스가 물에 녹았다가 압력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빠져나옵니다.
이때 만들어진 작은 기포가 커피에 포함된 여러 성분과 함께 표면에 모이면서 크레마가 형성됩니다.
즉, 크레마는 단순히 물을 빠르게 통과시키면서 생기는 거품이 아니라 원두와 추출 과정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 크레마가 잘 생기는 이유
크레마를 이해하려면 에스프레소가 어떤 방식으로 추출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곱게 분쇄한 커피에 물을 높은 압력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추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두에 남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들고, 추출이 끝나면서 압력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녹아 있던 가스가 작은 기포 형태로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기포가 커피의 오일이나 단백질, 당류 등 여러 성분과 만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거품층을 만듭니다.
우리가 컵 위에서 보는 크레마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직후에는 표면에 크레마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얇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원두 속 이산화탄소가 중요한 이유
커피 원두는 로스팅이 끝났다고 바로 모든 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의 일부가 원두 내부에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빠져나옵니다. 이 과정을 흔히 원두의 디개싱(degassing)이라고 부릅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는 원두를 분쇄하고 물과 접촉시키면서 원두 내부에 남아 있던 가스가 빠르게 방출됩니다.
이 때문에 원두의 상태에 따라 크레마의 양이나 형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갓 볶은 원두라고 해서 무조건 크레마가 많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두에 남아 있는 가스의 양과 로스팅 상태, 원두 자체의 특성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크레마의 양만 보고 원두의 품질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크레마의 색은 왜 갈색일까?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를 보면 보통 갈색이나 황금빛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커피 원두 자체가 갈색을 띠는 데다 추출 과정에서 원두의 여러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오면서 만들어진 커피가 미세한 기포와 함께 표면에 모이기 때문입니다.
빛이나 원두의 로스팅 정도 등에 따라 크레마의 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에스프레소의 크레마가 똑같은 색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짙은 갈색을 띠기도 하고 밝은 갈색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표면에 얼룩처럼 보이는 무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레마를 볼 때는 색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커피의 향과 맛, 추출된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레마가 많으면 좋은 커피일까?
크레마를 처음 접하면 거품이 많이 생길수록 좋은 에스프레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크레마의 양만으로 커피의 품질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크레마의 형성에는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상태, 원두의 신선도, 추출 조건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로부스타 계열 원두는 아라비카 계열 원두보다 크레마가 풍부하게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레마가 적은 커피가 무조건 품질이 낮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크레마가 매우 풍부하더라도 실제로 마셨을 때 원하는 맛과 향이 아니라면 개인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커피를 평가할 때는 크레마의 양보다는 향, 맛, 질감, 마신 뒤 남는 풍미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크레마가 금방 사라지는 이유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잠시 기다리면 크레마가 점점 얇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크레마를 이루고 있던 기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터지고, 내부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컵 표면을 덮고 있던 크레마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자리부터 얇아지거나 표면에 작은 틈이 생기는 것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크레마가 조금씩 사라진다고 해서 커피가 잘못 추출됐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크레마는 추출 직후부터 계속 변화하는 일시적인 거품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크레마의 무늬가 다양한 이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 표면에 작은 점이나 얼룩, 줄무늬처럼 보이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표면의 모습은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에서 물과 커피 성분이 섞이는 방식, 기포의 분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컵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자세히 보면 표면이 한 가지 색으로 균일하지 않고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크레마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특정한 무늬 하나만 가지고 에스프레소의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는 원두와 추출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크레마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크레마는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까?
크레마는 일반적인 커피 액체와 질감이 조금 다릅니다.
아주 작은 기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입안에서 가볍고 부드러운 거품 같은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의 오일이나 여러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의 향과 질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크레마만 따로 떼어내어 맛을 판단하기보다는 에스프레소 전체를 함께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크레마가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커피 자체의 맛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크레마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볼 때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
집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면 추출된 커피의 크레마를 한 번씩 관찰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먼저 크레마가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색이나 표면의 형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크레마의 양만 보는 것보다 실제 커피의 향과 맛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보다 크레마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원두의 상태가 달라졌는지, 원두를 보관한 환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크레마가 평소보다 적다는 이유만으로 추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크레마를 관찰하다 보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크레마와 커피 품질을 같은 의미로 보면 안 됩니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지만, 커피의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크레마가 풍부한 에스프레소라도 맛과 향이 개인의 취향과 다를 수 있고, 반대로 크레마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원두에 따라 크레마가 만들어지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거품의 양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처음 배우는 단계라면 크레마를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점수표’처럼 생각하기보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크레마를 알아두면 에스프레소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커피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미세한 거품층입니다.
원두를 볶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내부에 남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높은 압력의 추출 과정을 거쳐 빠져나오면서 커피의 여러 성분과 함께 기포를 형성하고, 이것이 표면에 모여 크레마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크레마의 양이나 색, 형태는 원두와 로스팅 상태, 추출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해둘 점은 크레마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커피이고, 적다고 해서 나쁜 커피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크레마의 색과 질감을 한 번 살펴보고 향과 맛까지 함께 느껴보세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갈색 거품층 하나에도 원두와 추출 과정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